작성일 : 11-05-18 13:47
<장애아동복지지원법>제정운동과 향후 전망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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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AD's Weekly Briefing

주간 부모연대 브리핑

「장애아동복지지원법」제정운동과 향후 전망

지난 4월14일 오후7시. 국회 본청 6층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실 앞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4년여간의 준비 끝에 지난 해 11월 발의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안이 비로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이 법안이 걸어왔던 그간의 험로가 사진처럼 한 장면씩 떠올랐다. 그리고 한 시간쯤이 지나고 회의실 문이 다시 열리며 사람들이 나왔다. 결과는 법안심의의 6월 연기. 허탈한 심정에 휩싸인 공대위 대표들의 어깨 너머로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환한 얼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의 4월 국회 통과를 가로막는데 성공한 보건복지부의 의기양양함. 한 편의 지독한 블랙코메디가 연출되고 있었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안이 걸어온 길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하 장애아동지원법)의 추진은 애초에 보육문제로부터 출발하였다.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유치원과정의 장애학생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규정됨에 따라 유치원보다 최소 3배 이상의 장애유아들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보육 여건을 의무교육의 수준에 맞게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되었고, 다양한 복지적 지원이 요구되는 장애영유아의 문제를 일반보육 즉, 「영유아보육법」의 틀 속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법안 추진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성인 중심의 「장애인복지법」과 비장애아동 중심의 「아동복지법」 사이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아동의 현실 전반이 개선되어야 하며, 보육을 포함한 종합적인 장애아동 복지지원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최초에 장애영유아에 집중된 복지의 문제는 곧 영유아기를 포함한 아동기 전체의 복지문제로 그 논의가 확장되었고, 2009년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보육시설부모회, 장애아동보육시설협의회, 한국보육시설연합회, 장애아동지원교사협의회 등을 주축으로 결성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하 공대위)를 중심으로 법안의 성안과 법제정의 추진활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법제정의 추진과정에서는 장애인 복지 전문가들과 복지관 등의 서비스 제공기관, 보육전문가, 장애아동 부모, 보건복지부 관련부서의 담당자들, 장애아동 재활치료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와 대형 토론회가 수 차례에 걸쳐 개최되었으며, 2010년 한 해 동안 전국 16개 시도를 돌며 장애아동 부모들을 대상으로 지역순회 간담회를 열어 법안의 제정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모으는 활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와중에 2010년 1월 대구의 한 사설치료실에서 발달장애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같은 해 10월에 한 장애아동의 아버지가 자식에게 좀 더 많은 국가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장애아동 복지의 열악한 현실이 사회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 더욱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2010년 가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장애인운동진영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장애인활동지원법의 개정과 함께 장애아동지원법의 제정을 장애계의 3대 현안으로 설정하고 법률 재개정을 중심으로 운동의 역량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고, 이 같은 기조는 올해의 420투쟁까지 그대로 이어져왔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장애유아의 보육문제라는 ‘개천’에서 출발한 법제정의 추진은 장애아동의 복지라는 보다 근본적이고도 넓은 이슈로 확대되면서 진보적 장애인운동과 결합되어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문제의 중요한 ‘강물’로 진화되어온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변명과 숨은 의도

2010년 11월 제18대 국회 의정사상 유례가 없는 121명의 국회의원의 공동발의로 (한나라당 윤석용의원의 대표발의) 국회에 발의가 된 장애아동지원법안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공대위는 지난 1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법안협의를 벌였다. 공대위의 목표는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내년 4월의 총선이라는 정치일정을 앞두고 4월 이후의 국회에서 이 법안이 제정되는 것은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고, 작년 11월에 발의가 되었으므로 정부가 법안검토를 하고 입장을 정리하여 정부안을 마련하는데 시간적으로 결코 부족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네 차례의 법안협의를 통해 우리는 정확히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보건복지부가 장애아동의 복지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또 하나는 보건복지부가 시간끌기를 통해 법안 제정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보건복지부는 표면적으로는 법안의 제정취지에 동의하지만 보다 나은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토와 연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2차 연구사업이 완료되기도 전에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여 새로운 장애판정등록체계를 ‘과감히’ 도입했던 보건복지부가, 또한 2차 시범사업이 완료되기도 전에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을 ‘과감히’ 추진했던 보건복지부가 검토와 연구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참으로 낯간지러운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판정등록체계 도입과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 때 보였던 ‘과감성’의 반만이라도 장애아동지원법을 제정하는 일에 투여할 수는 없는 일인가?

보건복지부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의지이다. 법안협의 중에 보건복지부의 담당자는 장애아동에 대한 현재의 지원수준을 벗어난 지원의 확대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아동의 복지문제를 바라보는 현재의 속내를 정확히 드러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아동지원법의 제정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단서는 바로 국회 보건복지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인 태도에서 발견된다. 이미 공대위와 네 차례에 걸친 법안협의를 진행했고, 공대위의 양보로 여러 법조항에서 보건복지부의 제안이 상당부분 수용된 협의안이 거의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공대위와의 법안협의 그 자체를 전면부인하고, 그것을 공무원의 개인적인 의견수렴 과정으로 왜곡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발의된 법안의 주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단 한 조항도 예외없이 모두 수용불가라는 입장을 던졌다.

보건복지부는 겉으로는 공대위와 법안협의 테이블을 만들어서 법안제정에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정작 법안심사소위의 심사라는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법안협의과정과 협의안 자체를 전면부정하는 기만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회의원들이 쟁점사항을 중심으로 법안심의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핵심쟁점

보건복지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네 차례의 법안협의를 통해 네 가지의 핵심쟁점이 도출된 상태이다. 이들 쟁점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그 첫 번째는 장애아동판정지원팀의 법안 명시이다. 공대위는 장애아동 복지지원의 첫 단추가 바로 의사와 재활치료사 등 전문가들에 의해 구성된 팀에 의해 지원대상자의 적격성을 판정하고 지원의 내용이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임을 주장하고 있고 따라서 이 팀의 구성을 법안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보건복지부는 팀의 법안명시를 반대하고 장애아동지원센터에 대한 시행령을 만들 때 그 내용을 넣자는 입장이다.

두 번째 쟁점은 의료지원과 보조기구지원에 있어 그 근거법률을 어디에 두느냐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가정과 차상위계층에게 지원되는 대상자의 범위를 현행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지원들의 근거법률을 「장애인복지법」으로 장애아동지원법안에 명시하자는 입장인 반면 공대위는 기존의 지원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그 근거법률은 당연히 장애아동지원법이 되어야 함으로 이 법안의 시행령에 필요한 내용을 규정할 수 있도록 위임규정을 두자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로 발달재활서비스(장애아동 재활치료) 제공인력의 자격기준이 쟁점이 되었다. 공대위는 현재 치료사의 민간자격증이 남발됨으로 인해 치료사의 전문성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 적어도 국가자격 또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의 자격기준을 법안에 명시하자는 입장인 반면, 보건복지부는 치료사의 자격기준을 법안에 명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서비스 제공자의 처우개선 문제가 있다. 이는 주로 장애아동 보육시설의 유아특수교사와 장애아동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개선이 핵심내용인데, 공대위는 이들 종사자의 보수기준을 적어도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의 종사자 수준으로 법안에 명시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종사자의 처우문제를 법안에 명시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전망 및 대응

장애아동지원법 심의의 4월 국회 무산과 6월 국회로의 연기는 이 법안의 제정여부를 출구없는 막다른 골목까지 밀어넣었다. 6월 국회의 법안통과도 일정정도 불투명한 판에 그 이후에 18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제정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앞으로의 두 달이 제정이냐 폐기냐 하는 장애아동지원법의 운명을 극적으로 가르게 될 시간이다.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법안검토와 연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보건복지부가 5월말까지 정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의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겠다고 국회의원들이 법안심사소위에서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의 대응전략을 바꾸어 이번엔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앞세워 법안의 주요내용을 대부분 삭제하거나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형태의 ‘뼈만 남은 앙상한’ 정부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일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된다면 장애아동지원법은 막다른 골목에서 최후의 시련을 맞이할 수 있다. 법안의 제정여부와 함께 복지지원의 내용이라는 ‘살’이 도마 위에서 난도질당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주사위는 던져졌고 장애인부모들은 420 투쟁기간을 통해 새롭게 결집된 응집력으로 4월 국회에서 법안제정을 무산시킨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대응수위를 높여 보다 적극적인 법제정 활동에 들어갔다.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다. 2011년도의 4월은 적어도 장애아동과 부모에게 그러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정부는 6월이 4월보다 더 “잔인한 달”이 될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장애아동지원법의 제정은 물론이고 껍데기뿐인 법안을 만들려한다면 부모들의 저항을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다.